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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충주 만수봉

by 변기환 2014. 11. 15.

결과야 어떻든 이제 고3 학부형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 놨으니 다소 가벼워진 마음으로 산을 찾았습니다. 오늘 오를 산은 높이 983m 월악산의 주능선과 포암산 사이에서 홀로 우뚝 솟은 만수봉입니다. 만수봉은 알려지지 않은 산이지만 정상에 서면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매우 좋습니다. 특히 웅장한 월악산 영봉과 충주호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고 포암산, 주흘산, 대미산, 황장산, 운달산 등을 한눈에 다 볼 수 있는 조망이 확실히 보장된 산입니다.

미래세대 체험장이라는 요상한 이름을 붙였지만 알고 보면 아이들이 자연을 관찰할 수 있도록 생태 탐방로와 교육장, 체험장을 꾸며 놓은 곳입니다.

만수봉 가는 길에 거쳐 가야 할 892m 용암봉이 보입니다.

만수계곡을 출발 용암봉 방향으로 올라 만수봉을 찍은 후 만수계곡을 따라 돌아올 예정입니다.

용암산까지는 매우 가파르지만, 용암산을 지나면 만수봉 정상까지 다소 완만한 길이 이어집니다.

거리는 약 7km... 3시간 20분 걸렸네요.

일제강점기 동남아를 침공한 일본이 부족한 항공유를 얻기 위해 강제로 주민을 동원 송진과 관솔을 채취하게 하고 채취한 관솔에서 송유를 뽑을 때 사용한 가마(송탄유굴) 입니다.

왼쪽으로 올라 오른쪽으로 하산할 예정입니다.

올해 수능시험이 수능사상 가장 쉬운 물수능이라 정시엔 치열한 눈치작전이 예상 되지만, 머리 아픈 거 잠시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해집니다.

예상대로 초장부터 가팔라 지는군요.

한참을 미끄러운 바위를 기어오르다가 돌아보니 멀리 만수 휴게소 팔각지붕이 보입니다.

500m 오르는 데 30분 이상 걸린 것 같네요.

한 무리 언니 형아가 시끄럽게 떠들며 가네요. 왜? 나이가 들면 남녀불문 목소리가 커지고 특히 언니들 웃을 때 자지러지는지...

1km... 짧은 거리를 한 시간 가까이 치고 올라 능선에 서자, 잠시 거친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유로운 오솔길이 나타나고...

사방 조망도 좋아집니다.

며칠 전 내린 듯 안 내린 듯 살짝 내렸던 첫눈이 여기도 내렸군요.

만수봉 정상이 보입니다.

농로까지 시멘트로 처바르는 우리나라 도로는 세계 최고... 이름없는 산에도 안전을 위해 꼼꼼하게 안전시설을 설치한 등산로도 세계 최고….

팔공산 갓바위 아래 학사모 쓴 돌부처에게 기도한다고 해서 수능 기적이 일어날 리 만무하지만, 매년 수능 철이면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리는 것은 그만큼 간절하다는 것…. 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면 인간 취급 하지 않는 삐뚤어진 시각이 세계가 이해할 수 없는 요상한 풍습을 만들었습니다.

만수봉에 올랐습니다.

1시간 33분 걸렸네요.

지나온 거친 능선 너머로 그림같이 아름다운 충주호가 펼쳐지고 속살을 허옇게 드러낸 월악산의 주봉인 영봉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땀 흘린 뒤라 따끈한 커피 한잔 하고 바로 내려가려는데 인천에서 왔다는 나이 많은 형아가 날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와 쉴 새 없이 구라를 쳐댑니다. 평소 같으면 한칼에 자르고 돌아섰겠지만, 우리나라 산을 다 아는 듯 거침없이 쏟아내는 현란한 구라에 홀려 무려 30분이나 들어 줬네요. 산은 참 많은 걸 인내하게 합니다.

구라쟁이 형아와 헤어져 4.4km 만수교 방향으로 하산합니다.

만수봉 삼거리에서 만수교 방향으로...

만수봉에서 만수계곡을 따라 걷는 4.4km 등산로는 길이만 길었지 전혀 힘들지 않은 산책로 수준입니다. 등산 경험이 많지 않은 분은 용암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매우 급하니 한결 여유로운 만수계곡으로 올라 용암봉으로 하산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눈 쌓인 겨울엔 용암봉 코스는 위험하니 피해야 할 듯...

짧은 가을은 소리 없이 다가와 채 느끼지도 전에 저만치 멀어졌고 어느새 앙상한 겨울이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첩첩산중 깊은 산중에 디딜방아 흔적이 남아 있는 걸 보니 예전 화전민이 살았나 보군요.

앞으로 흔하게 보게 될 풍경이지만 햇살 따스한 늦가을에 얼음은 왠지 새롭네요.

깊은 산 옹달샘에서 시작된 작은 물줄기는 산을 파내 계곡을 만들고 여러 물줄기와 만나 크게 어우러져 흐르다가 폭포에 떨어져 소에서 잠시 머무르다 하류로 거침없이 달려갑니다.

해가 중천에 걸리자 더워지네요. 더울 땐 벗고 추울 때 껴 입는 게 등산의 기본입니다.

출발지 갈림길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하나뿐인 아이가 대학생이 되어 지 갈길을 찾아 떠나면 화목했던 집은 앙상한 가지만 남은 숲처럼 쓸쓸해 지고 마누라도 데울 수 없는 시린 내 옆구리는 어쩌란 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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