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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2019년 소백산 철쭉

by 변기환 2019. 6. 2.

"지난주 개최한 소백산 철쭉제엔 철쭉이 1도 안 펴 철쭉제란 말이 무색했다. 철쭉은 6월 초가 절정일 것이다."라는 공신력 있는 네이버 블로거의 정보를 입수하고 등산을 내려놓은 지 2년 만에 소백산을 찾았습니다. 이맘때 소백산은 전국에서 몰려온 산악회로 미어터지는데 올해는 완전 썰렁하네요.

 

몸 상태를 알 수 없어서 초암사를 출발 돼지바위를 거쳐 국망봉을 오른 후 원점으로 하산하는 단순 명료한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날씨는 좋고, 사람은 적고, 물소리는 우렁차고...

혼자 오르기 싫어서 며칠 전부터 세명을 꼬셨는데 둘한텐 이런저런 핑계로 퇴짜를 맞았고 한 명을 낚았네요. 회사와 갑을 관계인 업체의 대표입니다. 막냇동생 나이인데 술 잘하고 술버릇 좋고 예의 바르고 업무에 융통성 있는, 그러면서 자전거로 전국을 돌아다니는 이상한 취미를 가진 CEO입니다.

길이 가팔라지니 목에선 제트가 날아가는 소리가 나고 정강이와 도가니가 시큰거리는군요.

매일 만보 이상 꾸준히 걷는데 걷는 건 등산에 1도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며칠 전 내린 비로 계곡물이 많이 불었네요.

가다 서다 지체와 정체를 유발하며 봉바위까지 올랐습니다.

여기서 시작된 물은 영주시를 관통하는 서천을 이루고 무섬마을이라 불리는 수도리에서 내성천과 만나 회룡포에서 낙동강과 합쳐집니다.

돼지바위부터 정상까지 곡소리 나는 구간이 이어집니다.

예전엔 이 계단을 뛰어올랐는데...

아쉽게도 올해 소백산 철쭉은 흉년입니다. 과실도 아닌데 해 걸이를 하네요.

어쩌다 듬성듬성 만개한 철쭉이 있긴 한데 대부분 꽃망울을 맺지 않았습니다.

가운데 솟은 봉우리가 비로봉입니다.

정말 성의 없게 폈네요.

너희를 보려고 멀리서 왔단다.

수로부인이 천 길 높이 절벽에 핀 철쭉을 보고 "꺽어 달라고 하니" 하인이 "거긴 사람이 오르는 곳이 못 됩니다."라고 했답니다. 요즘 말하는 갑질을 한 건데 그만큼 이뻤다는 거겠죠.

멀리 국망봉의 랜드마크인 상월봉이 보입니다.

소백산에서 비로봉 다음으로 높은 봉우리인 국망봉...

업체 대표가 치맥을 준비했군요.

든든하게 먹고 느긋하게 내려왔습니다. 무겁고 비싼 DSLR보다 광각과 접사를 아우르는 세 개의 렌즈를 가진 갤럭시 S10이 불로거 용도로 딱이네요.

예전엔 길이 좁아 버스를 내려 초암사까지 3km 이상을 걸었어야 했는데 이젠 버스가 다닐 수 있도록 배점못에서 초암사까지 길을 넓혔습니다.

다~ 내려왔습니다. 오랜만에 오르는 산이라 힘들었고 듬성듬성 성의 없게 핀 철쭉이 아쉽긴 했지만, 유쾌하고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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