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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20

비와 배추 전 이야기 지금 내리는 비가 가을빈지 겨울빈지 모르겠지만, 이런 날 격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다간 벌 받는다는 건 삼척동자도 잘 안다. 급히 막걸리 사 오고 꼬신 가을배추 잎 석 장을 툭 하고 뜯었다. 고수는 밀가리로 전을 부치지 치사하게 부침 가루 같은 거 안 쓴다. 심지어 흔한 소금 간도 안 한다. 밀가리 반죽을 아주 살짝 묻혀 부치는 게 포인트... 전에 기름이 번들번들 묻어 나면 이미 하수... 이제 한잔 부어 BoA요. 젊었을 땐 이렇게 밍밍하고 느끼한 걸 도대체 왜 먹는지 이해를 못 했는데 나이가 드니 배추의 아삭아삭한 식감이 담백한 밀가리에 버무려져 풍기는 꼬신 향이 점점 좋아진다. 배추 전은 밀가리는 있는 듯 없는 듯 기름은 두른 듯 안 두른 듯 무심하게 부쳐야 한다. 몇 년 된 명이나물 장아찌와.. 2015. 12. 10.
봄, 흔한 막걸리 안주 부모님께서 바리바리 싸 오셨네요. 야생 미나리입니다. 흔히 돌미나리라고 하죠. 줄기가 굵지 않고 야들야들한 게 재배한 미나리보다 향이 몇백 배는 더 강합니다. 이놈으로 향긋한 미나리 전을 부칠 겁니다. 두릅입니다. 그냥 두릅이 아니라 봉화군 하고도 춘양면 깊은 산 속에서 자란 야생 두릅입니다. 시장에 파는 두릅과 비교하면 많이 섭섭합니다. 평소 데쳐 초장에 찍어 먹는데, 오늘은 좀 색다르게 튀겨 먹을 겁니다. 봉다리에 밀가루와 두릅을 넣고 흔들어 줍니다. 이게 무슨 황당한 시츄에이션이냐고 하겠지만, 두릅에 밀가루를 골고루 입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더군요. 밀가루 반죽을 살짝 입힙니다. 고수는 부침가루로 전을 부치는 훼이크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기름을 빼줍니다. 환상적으로 튀겨졌군요. 돌미나리 전을 부.. 2013. 5. 5.
막걸리를 담그다. 술 담그지 말라는 집사람의 엄명에도 불구하고 몰래 막걸리를 담갔습니다. 마침 오늘이 쉬는 날이라 집사람이 출근하고 나니 몸도 마음도 느긋합니다. 찾아보니 전에 쓰고 남은 누룩도 있군요. 재료는 누룩 500g, 쌀 1kg, 물 6L입니다. 하수는 발효가 잘되도록 소주도 넣고 이스트도 넣는다는 데, 고수는 그런 트릭 따위는 쓰지 않습니다. 이제 보니 하필이면 농약 봉다리에 쌀을 계량했네요. 농약을 담은 봉다리가 아니라 담을 봉다리라 다행입니다. 먼저 쌀을 백세를 합니다. 백세란 뿌연 쌀뜨물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정성을 다하여 깨끗하게 씻으라는 의미입니다. 백세 한 쌀은 약 4시간 정도 불립니다. 쌀을 불리는 동안 끓는 물을 부어 독을 소독합니다. 짚을 넣어 태우면 확실하다는데, 아파트에서 불장난 했다가는 경.. 2013. 4. 24.
배추전과 백년친구 막걸리 2012년 우리술 품평회에서 장려상을 받은 영주시 순흥면 만수주조 영농조합법인에서 만든 백년친구 생막걸리 우리술 품평회 막걸리 부분은 생막걸리와 살균 막걸리로 나눠 선정하는데, 만수주조 영농조합법인에서 만든 생막걸리가 장려상에 살균 홍상 막걸리는 최우수상에 선정되었단다. 유통기간은 30일, 법전 청량주 보다 10일이 더 길다. 막걸리는 발효주다. 발효주는 발효될 때 온도에 매우 민감하고 발효가 끝난 후 물과 섞어 병입을 해도 일정 기간 발효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아주 약한 탄산이 생성되고 알콜도수는 처음보다 더 높아지며, 술맛은 깊어진다. 그러나 발효주는 알콜 도수가 낮아 발효가 끝나면 바로 변질된다. 이제껏 막걸리가 대중화되지 못한 이유가 발효에서 변질 되는 기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 2012. 12. 18.
국순당 정선명주 곤드레 막걸리 집사람이 강원도 정선에 출장 갔다 뭐 대단한 선물이나 사온 듯 호들갑 떨며 내놓은 정선명주 곤드레 막걸리 술 땡기는 이름이다. 이 양조장에서는 곤드레 막걸리 뿐만 아니라 만드레 막걸리도 만든다고 한다 정선명주라는 양조장이 낯설어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국순당과 정선 농업인이 함께 출자해 2006년 만든 양조장이란다. 냉장 유통기간은 약 45일 내가 먹어 본 생막걸리 중 유통기간이 가장 길다. 용량은 혼자 한병 마시면 딱 기분 좋을 1리터 막걸리 주원료는 우리 쌀과 정선 특산물인 감자, 곤드레가 들어있다. 막걸리에 감자와 곤드레... 라 뭔가 강원도 감자바위 같은 투박하고 촌스러운 맛이 날듯하다. 평소 밤에는 안주 없이 가볍게 몇 잔 하는데 오늘은 밤이 깊었지만, 깡술하면 새 술에 대한 예의가 아닐 듯해서.. 2012. 10. 24.
쇠고기 육전과 불고기 덮밥 추석 선물로 받은 봉화 한약우 이놈을 안주로 직접 담근 막걸리 간 좀 봐야겠다. 어떻게 요리할까 고민하다가 쇠고기 육적을 하기로 결정... 먼저 두꺼운 부분은 얇게 저미고 알맞은 크기로 자른 다음, 후추를 뿌려 30분 정도 숙성 남은 자투리는 다진 마늘과 양파, 간장, 후추, 매실청을 넣고 버무려 불고기 덮밥을 만든다. 계란을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하고 밀가루를 묻힌 다음 계란에 살짝 담갔다가 팬에 기름을 두르고 약한 불에 지진다. 양파와 당근을 볶고, 청양초와 실파를 얹어 쇠고기 육적 대충 대충 완성 간을 전혀 하지 않아 조선간장, 왜간장, 물 조금, 식초, 다진마늘, 청량고추를 섞어 육적 소스를 만들고 재워둔 쇠고기를 볶아 불고기 덮밥을 만든다. 직접 담근 동치미 익을수록 시원하고 새콤한 게 겨울 동치.. 2012. 9. 26.
막걸리 이양주 - 덧술 이틀 뒤 쌀 1kg을 백세하고 불린 다음 물기를 뺀 후 고두밥을 짓는다. 40분 정도 찌다가 불을 끄고 20분 뜸을 들인다. 고두밥을 식히고, 누룩 200g에 물 500mL를 붓고 가라앉힌 다음 불순물은 걷어내고 윗물은 버린다. 고두밥과 누룩, 물 2L를 섞고, 이를 다시 주모(밑술)와 섞는다.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익힌다. 2012. 9. 21.
막걸리 이양주 - 밑술(주모) 추석에 먹을 막걸리를 담갔다. 막걸리 만드는 과정은 한 번에 빚는 단양주, 주모에 해당하는 밑술에 덧술을 하는 이양주, 주모에 덧술을 2번 더 하는 삼양주로 구분된다. 원래 우리 전통 술 제조 과정을 보면 막걸리나 청주는 이양주, 소주 같은 고급술은 삼양주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인 1916년 주세법으로 가정에서 술 담그는 걸 금지하자 몰래 빚어야 하니 단양주법이 일반적으로 보급되게 된 것이다. 술을 이양주나 삼양주로 만든 이유는 누룩을 적게 사용하고 발효 기간을 늘려 맛과 색을 좋게 하기 위함이다. 술은 누룩에 들어있는 효소와 효모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단양주는 빠른 시간에 술을 만들기 위해 누룩을 많이 사용하므로 누룩 냄새가 심하고 색이 탁하며, 숙취가 심하다.반면 이양주나 삼양주는 적은 .. 2012. 9. 21.
묵사발 춘양면 애당리 참새골에 쇼핑몰을 계약하고 오는 길에 묵 몇 모 사려고 애당리 묵 집에 들렀는데 다 팔리고 없단다. 이 집에 묵 사러 몇 번 왔지만, 매번 허탕이다. 아쉬운 마음에 사진 몇 장 찍고 돌아서는데 메밀 손질하시는 할머니께서 내일 묵을 쑤니 내일 오란다. 거리가 멀어 다시 오기 어렵다고 했더니, 이웃에 놀러 오신 듯한 할머니께서 "아들 준다고 냉장고에 넣어둔 거 줘!!!" 덕분에 냉장고에 있던 거 세 모 샀다. 아들이 뉘신 지 모르지만, 냉장고에 묵은 거 내가 먹을 테니 어무이가 따끈따끈한 거 만들어 주시면 그거 드샘. 3~4일 간격으로 직접 통 메밀을 갈아 묵을 쑨다. 100% 국내산, 100% 수제 묵, 이상한 거 안 섞은 100% 순수한 메일 묵이다. 묵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한 모.. 2012. 8. 21.
감자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단양에 왔다가 맛을 보고 몇 잔을 연거푸 마시고 나중에는 청와대에서 만찬 건배주로 사용했다는 대강 막걸리. 대강 막걸리는 용두산조은술영농조합법인에서 생산하고 있다. 최근 CJ와 손을 잡고 전국적으로 유통시키려고 하다가, 너무 후려친 납품단가 덕분에 투자비용은 고사하고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기 때문에 거래를 중단시켰다고 한다. 막걸리는 양조장에 가서 사와야 더 맛있다. 근데 막걸리 파는 아줌마 참 불친절하다. 뭐 좀 물어보고 싶어도 야단 들을까 봐 말을 못 건너겠다. 안주는 시골에서 가져온 햇감자로 감자전 몇 장 부친다. 감자는 강판에 갈아야 씹는 느낌이 있어 더 맛있다. 밀가루와 청양고추, 양파를 잘게 썰어 잘 섞은 다음 팬에 부친다. 봉화군 석포면 반야골 오지에서 재배한 찰옥수수도 .. 2012. 8. 17.
막걸리 거르기 술 익는 소리는 처마에 떨어지는 빗소리같이 청아하고 술 익는 냄새는 가마솥에 눌어붙은 누룽지처럼 구수하다. 술 단지에 귀 기울이면 첫날은 장대비가 지나간 개울처럼 성난 소리를 내다가 둘째 날엔 잔잔한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난다. 술이 익을 무렵에는 옹달샘에 어쩌다 떨어지는 한두 방울 물소리처럼 맑고 고요하다. 발효가 될 때 온도가 높으면 시어 버린다. 낮에는 시원한 곳에 보관하고, 때에 따라서는 대야에 항아리를 담가 적정 온도를 유지한다. 아침 저녁으로 손을 깨끗이 씻고, 잘 말린 다음 골고루 저어준다. 밤에는 집안이 더워 시원한 베란다로 옮겼다. 술 익히는 동안 외부 온도는 20~25도 사이, 항아리 온도는 25~30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 이하가 되면 발효가 더디고 그 이상이면 시어진다. 덧술을 치고.. 2012. 7. 22.
막걸리 밑술 만들기 입에 맞는 막걸리가 없으니 직접 담가 먹을 수밖에... 중이 절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직접 절을 짓는 꼴이다. 막걸리 담글 요량으로 며칠 전 시골에 가서 항아리를 가져다 놓고 많이 망설였다. 막걸리는 온도에 민감한데 여름이고 장마철이라 과연 제대로 발효가 될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많이 망설이다가 시도한다. 부산 금정산성 누룩이 더 깔끔하다고 하는데, 온도와 날씨에 아주 민감하다고 해서 상대적으로 덜 까다롭다는 광주 송학곡자를 사용했다 곡자라고도 하는 누룩은 막걸리 만드는데 아주 중요한 재료다. 누룩은 쌀이나 밀을 빻은 후 물로 반죽하여 누룩 틀에 넣고 성형을 하여 곰팡이균을 번식시킨 것이다. 크기와 두께에 따라 술의 맛과 품질이 달라진다고 하니 누룩이 술맛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2012. 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