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에는 양조장이 몇 개 있다고 하는데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 막걸리는 영주 소백주와 순흥 선비주 두 종류뿐이다.
나는 막걸리 입문을 달달한 맛과 탄산이 들어있는 국순당으로 시작했고, 한동안 국순당 막걸리와 맛과 느낌이 비슷한 순흥 선비주를 마시다가 요즘은 영주 소백주만 먹는다.
집근처 마트에는 소백주를 팔지않아 먼 거리를 걸어가야 하는 즐거운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막걸리 맛을 알지 못하고 먹을 때는 달달하고 톡 쏘는 맛이 좋았다. 그러나 막걸리에 맛을 들이고 유명하다는 막걸리 대부분을 먹어보고 나서 단맛보다는 쓴맛이, 톡 쏘는 맛보다는 텁텁한 느낌이 오래 남는 막걸리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영주 소백주는 쓴맛과 막걸리 특유의 텁텁한 느낌 그리고 은근한 누룩향 등 좋은 막걸리가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다. 상주 은척의 은자골 탁배기나 법전 청량주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만큼 맛이 뛰어나다.
주재료는 우리 쌀과 밀가루를 사용하고 있다. 쌀 막걸리는 마신 후 청량한 느낌이 들지만 밀가루로 만든 막걸리는 입안에 잔가루를 뿌린듯 텁텁한 여운이 남는다.
우리나라가 쌀 막걸리 제조를 허용한 게 불과 25년 전이다. 그러나 비싼 쌀 값 때문에 여전히 밀가루가 주원료였고, 대중화 되기는 겨우 5~6년 미만이다.
그 전에는 보리, 밀가루, 옥수수 등으로 막걸리를 만들었다. 예전 막걸리 맛을 기억하는 사람은 쌀 막걸리 보다는 밀가루 혹은 쌀과 밀가루를 섞어 만든 막걸리를 더 선호한다.
소백주에도 합성 감미료가 들어 있다고는 하나 거의 느낄 수 없다. 알콜 도수는 6.5도로 다른 막걸리에 비해 조금 높은 편이며, 생막걸리 특성상 유통기간이 매우 짧다.
탄산이 전혀 들어 있지 않아 막 흔들어 따도 넘치지 않는다.
잘 걸러서 뚜껑에 다른 부유물 없이 깨끗하다.
막걸리는 맛도 좋아야 하지만, 잔 받아 놓고 한참 떠들다가 젓가락으로 휙~휙~ 저어 마시는 특유의 재미도 있어야 한다. 소백주는 입자가 굵어 금방 가라앉기 때문에 먹기 전에 반드시 저어 마셔야 한다.
요즘 신세대는 단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합성 감미료를 넣는 것 같은데, 다른 막걸리보다는 덜 달기는 하나 그래도 조금 덜 달았다면 정말 훌륭한 술인데 참 많이 많이 많이 아쉽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막걸리는 너무 차게 해서 먹는 것 보다는 상온 20도 부근에서 하루정도 두었다 먹는 게 제일 맛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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