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untain Climbing

상주시 노음산

by 변기환 2015. 2. 7.

해발 725m 노음산은 노악산으로도 불리며, 갑장산, 천봉산과 함께 상주 3악을 이루는 산입니다. 알려지지 않은 산이라 찾는 이가 드물지만, 정상에 올라서면 속리산, 갑장산은 물론 멀리 금오산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사방 조망이 좋고 또한 산세가 수려해 남쪽 자락엔 남장사가 북쪽 자락엔 북장사가 정상부근엔 중궁암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해발은 낮지만 8부 능선까지 한참을 가파르게 치고 올라야 하는 구간이 있으니 동네 뒷산쯤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하산지점인 석장승 부근에 차를 세워두고 시멘트 길을 따라 등산로를 찾아갑니다.

전체 거리는 약 7km... 3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남장사를 지나치는데 상주에 사는 분이 기다려 주면 동행하겠다기에 잠시 남장사를 둘러봅니다. 거대한 일주문이 남장사의 규모를 말해줍니다.

배흘림식 기둥과 민기둥, 용 모양 기둥이 무거운 지붕을 받치고 있는 독특한 구조입니다. 현판에 1882년이라는 날짜가 적힌 걸로 봐서 19세기에 세운 것 같습니다.

832년 신라 시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천년고찰 남장사는 이후 꾸준히 증축되었으나, 임진왜란 때 불타 소실된 것을 1635년 중창했다고 전해집니다.

남장사 본전인 극락보전...

고즈넉한 절간에 청아한 풍경소리가 찰랑 찰랑거립니다. 풍경에 물고기 모양의 쇳조각이 들어 있는 이유는 항상 두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처럼 잠자는 시간도 아껴 정진하라는 의미입니다.

사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산신각...

원래 본전이었던 보광전...

남장사를 둘러보는 동안 동행하기로 한 분이 도착해 중궁암으로 올라갑니다.

자기 동네 산이라고 처음부터 내빼는군요. 중궁암까지 갈지자로 이어지는 가파른 등산로는 한겨울에도 웃옷을 벗게 합니다.

한참을 기어 오르자 노음산 정상이 보입니다.

정상부근에 자리한 중궁암... 자동차는 오를 수 없고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신도들이 지고 나른다고 합니다. 암자 앞 데크는 6개월 전 4천만 원을 들어 만들었다고 신도회장이 귀띔을 합니다.

전기가 들어오기 전에는 헬기를 이용해 1년 치 가스와 난방유를 날랐다고 합니다.

얼마 전 다녀온 갑장산이 정면에 버티고 있으며 상주시가 한눈에 다 들어옵니다.

남장사 방향입니다.

문경시 방향입니다. 오늘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쁜 수준이라 조망이 많이 아쉽습니다. 덕분에 미세먼지 1톤은 마신 듯…

상주시 방향입니다. 미세먼지가 갑장산을 가렸습니다.

중궁암에서 약 20분 걸어 노음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남장사입니다.

남장리 곶감마을...

갑장산, 노음산과 함께 상주 3악 중 하나인 해발 431m 천봉산입니다.

북쪽으로는 북장사가 풍수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절벽 근처만 가도 염통이 쫄깃해지는데 공수부대 출신은 뭐가 달라도 한참 다르네요.

짙은 미세먼지에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충북 알프스에 속한 구병산과 속리산이 저곳 어딘가에 숨어 있습니다.

노음산을 노악산이라고도 하는데 정상은 거대한 바위가 얹혀져 있습니다.

하산길은 잠시 여유롭지만 이내 경사가 심합니다.

석장승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오후 3시 석장승에 도착... 3시간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상주에 사시는 분이 점심을 대접하겠다고 하십니다.

정갈하게 담은 음식이 하나같이 깔끔하고 간이 세지 않으며 뒷끝이 담백합니다. 나는 음식이 아무리 맛있어도 플라스틱 그릇을 사용하는 식당은 두 번 다시 찾지 않는데 이 음식점은 도자기 그릇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식당 이름을 새겨 넣은 싸구려 도자기가 아니라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그릇에 물컵은 물론 심지어 물병조차 도자기입니다.

쇠고기 너비아니와 돼지고기 너비아니... 고기를 기계로 간 게 아니라 칼로 길게 저며서 퍽퍽하지 않고 식감이 매우 좋습니다. 그리고 먹는 동안 식지 말라고 고체연료로 알맞게 데워주는 주인장의 대접에 정성이 느껴집니다.

압력밥솥에 지은 밥을 밥상머리에서 바로 퍼주는데 밥의 윤기와 차짐 그리고 쫄깃한 식감은 과히 최고였습니다. 된장국 역시 고깃집에서 흔히 의무처럼 대충 끓여주는 된장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깊은 맛입니다. 그리고 양념개장은 전국 식당이 똑같은데 이 집 양념 게장은 약간 맵지만 간이 심심하고 은근한 생강 향이 게장 특유의 비린 뒤끝을 개운하게 합니다.

오랜만에 같이 올라 유쾌했고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을 대접받았으니 더 할 수 없는 최고의 산행이었습니다.

'Mountain Climb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천시 신성봉  (12) 2015.03.08
제천시 용두산  (12) 2015.02.15
상주시 갑장산  (8) 2015.01.24
충주 포암산 만수봉 종주  (10) 2014.12.26
소백산의 설경  (13) 2014.12.1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