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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67

만두 대충... 며칠 전 휴일 설날 아침에 큰댁에서 끓여주는 만둣국이 생각나 늦잠자는 집사람 옆구리 슬쩍 찔렀다가 본전도 못 찾고 마음에 깊은 상처만 받았다. 하긴 연말이라 일도 많은 데다 술 못 먹는 사람이 직책상 술 상무 노릇까지 해야 하니 그 심정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불쌍한 여편네 애주가의 살아가는 이유인 술을 왜 못 하누... 나더러 술 상무 하라면 석 달 열흘은 즐거울 텐데… 큰댁 만두는 김치나 고기 같은 것이 들어가지 않는다. 어렴풋한 기억을 되살리니 딱 네가지 재료가 생각난다. 잘게 썬 무와 물기를 짠 두부, 당면 그리고 파스타에 고춧가루처럼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우리 집안 비장의 재료인… 생강이 듬뿍 들어간다. 아래층에서 시끄럽다고 할 때까지 열라 다지는 거다. 삶은 당면은 물기를 짠 다음 소.. 2014. 12. 18.
총각김치와 물김치 아침 7시 30분에 출근해 10시 넘어 퇴근하는 집사람에게 반찬 투정했다가는 바로 이혼장 날아온다. 휴일이면 파김치가 돼 꼼짝도 못 하는 집사람을 위해 밑반찬 몇 가지를 해 놓고 매콤하고 아삭한 총각김치와 쌀쌀한 날씨에 제격인 시원한 물김치도 같이 담기로 했다. 내가 어렸을 땐 남자가 부엌 들락거리면 꼬튜 떨어진다고 부엌 근처엔 얼씬도 못 하게 했지만, 중년의 남자가 21세기를 현명하게 살아가려면 손에 물 마를 날이 없어야 한다. 총각무는 부실한 잎을 정리하고 껍질을 벗긴 다음 손이 퉁퉁 붇도록 씻는다. 열 번은 더 씻은 듯…. 뿌리와 줄기가 만나는 부분을 깨끗이 손질해야 모래가 씹히지 않는다. 네 등분으로 자른 다음... 서너 번 더 헹궈준다. 짭조름한 소금물에…. 4시간 이상 푹 절인다. 요렇게 무가.. 2014. 11. 2.
굴 전과 굴 국밥 가을비가 내 가슴과 낙엽을 촉촉히 젖시는 시월의 마지막 저녁... 갑자기 이용도 보고싶고 막걸리도 땡긴다. 백년에 한번 올까 말까한 시월의 마지막 불금을 그냥 보내면 죄받는다. 굴은 굵은 소금에 몇번 씻어야 한다. 실한 놈을 골라 굴 전을 부치고 야들야들한 놈은 초장에 찍어 먹고 나머지 상태가 매롱한 놈은 굴 국밥을 해 먹어야겠다. 굴 전에 들어갈 청양고추, 홍고추, 양파, 쪽파, 당근을 잘게 썰어 준비한다. 계란을 풀고 가위로 알끈을 잘라준 다음 야채와 잘 섞는다. 물기를 뺀 굴에 밀갈기를 묻히고... 계란물에 적셔... 노릇하게 지진다. 굴 국밥에 사용할 육수를 끊이고... 굴과 미역을 넣고 팔팔 끓인 다음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계란을 풀어 주면 끄읏...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들어가면 먹어.. 2014. 11. 2.
마파두부 덮밥 집사람 생일이라 새벽에 일어나 정성껏 생일상을 차려 줬더니 여편네 점심에 마파두부 덮밥이 먹고 싶다며 해 달란다. 그랴 오늘은 당신 생일이니 내가 식순이 당신이 삼식이 해라. 다진 돼지고기가 필요한데 사 놓은 게 없으니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햄으로 대체. 양파, 대파도 썰어 준비.... 마파두부엔 부드러운 연두부를 사용하지만 잘 부서지고 물컹한 느낌이 싫어 단단한 부침용 두부를 잘게 썰어 노릇하게 구웠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볶아 마늘향을 낸 후.... 햄, 양파를 넣고 살짝만 볶는다. 두반장 자체가 매우 짠 양념인데 블로그를 뒤져보니 두반장에 간장에 굴 소스까지 넣으란다. 그렇게 마구 넣었다간 소태가 된다. 3인분 기준 두반장을 한 큰 술 정도 넣고 다시 살짝 볶는다. 두반장이 없을 땐 굴 .. 2014. 10. 9.
결혼기념일... 결혼기념일... 분위기 좋은 고급 음식점에서 비싼 거 사 먹고 싶어도 영주엔 마땅히 갈 데가 없다. 그래서 매년 그랬듯이 올해도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 장 봐서 직접 만들어 먹는 것으로... 메인 요리는 해물 스파게티 그리고 술안주로는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와 닭 가슴살 꼬치구이.... 먼저 해물 스파게티 재료로 바지락, 오징어, 새우, 양파 준비... 두툼하게 썬 스테이크용 안심도 준비... 살 안 찔 것 같은 닭 가슴살과 마늘, 굵은 대파를 교대로 꼬지에 꿰 준비해 놓고 집사람 퇴근 시간에 맞춰 본격적으로 요리 시작... 동시에 3가지 요리를 해야 하니 바쁘다. 먼저 스파게티부터... 올리브오일에 마늘을 볶아 향을 내고 재료 몽땅 때려 넣고 중불에 살짝 볶다가... 어느 정도 익었다 싶으면 스파게티 소스.. 2014. 3. 20.
산 더덕 백숙 작년 늦가을 동네 고깃집 행님과 무장공비 몰골을 하고 야산을 뒤져 캔 산 더덕... 며칠 고추장 발라 궈 먹다 지겨워 남은 걸 신문지에 싸서 김치냉장고에 넣어 뒀는데, 그동안 잊고 있다가 불현듯 생각나 꺼내 보니 금방 캔 것처럼 싱싱하다. 기왕 개봉한 김에 요놈을 듬뿍 넣고 백숙을 끓여 연일 야근과 격무에 지쳐 비실대는 집사람과 마음은 여유로운 고1, 현실은 고3인 아들놈 몸보신 좀 해 줘야겠다. 대부분 20년 생 이상이라 요놈만으로도 장뇌삼 버금가는 효능이 있겠지만, 여러가지 효과가 한방에 나도록 시골집 텃밭에서 따 말린 대추와 장인어른께서 캐다 주신 야생 황기도 깨끗이 씻어 준비... 나나 집사람이나 비위가 약해 이상한 거 못 먹으니 물컹물컹하고 냄새나는 껍데기는 벗겨내고 2시간 푹 끓이기... 백숙.. 2014. 3. 10.
짬뽕 대충... 우리나라 사람이 짜장면 다음으로 많이 시켜 먹는 배달 음식의 대명사 짬뽕... 특히 술 먹은 다음날 더 땡기는 짬뽕에 어마어마한 조미료가 들어간다는 건 이젠 뭐 비밀도 아니다. 우리는 흔히 맛있는 음식을 어릴 적 엄마가 해 주던 그 맛이라고 표현 하곤 하는데 엄마표 맛의 비밀이 마지막에 넣은 다시다나 미원이라는 건 엄마만 아는 비법이다. 성인 기준 하루 권장 섭취 나트륨 2,000mg의 두 배인 4,000mg이 들어있는 대표적인 짠 음식... 짬뽕 한 그릇에 소금에 절인 단무지를 달고 짠 춘장에 찍어 먹고 거기에다 김치까지 곁들이면 사흘치 나트륨을 한 끼에 먹어 치운다는 무서운 사실을 알면서도 코끝이 시리면 얼큰하고 따끈한 국물이 생각난다. 어렵다고 생각하던 음식이 막상 만들어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듯 짬.. 2014. 1. 24.
짜파게티 맛있게 해 먹기 우리나라 사람이 주식인 술 다음으로 많이 먹는다는 라면... 양 많고 맛있으면 장땡이라는 먹거리에 대한 인식이 이제는 원재료의 질과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요즘, 나트륨과 지방, 탄수화물 외에는 이렇다 할 영양가가 완전 허당이라 건강을 위해서는 가능한 멀리해야할 음식이지만 요즘같이 쌀쌀한 날 가끔은 탱글탱글한 면발과 칼칼하고 짭조름한 국물이 심하게 땡길 때가 있다. 농약 냄새만 나도 자취를 감추는 1급수 청역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민물새우 토하를 넣어 끓인 "토하 라면" - 동네 고깃집 행님 찬조 -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라면보다 조리 과정이 복잡해 어쩌다가 한 번씩 해 먹게 되는 짜파게티... 느끼한 짜파게티를 야채와 마늘, 청량고추로 담백하고 매콤하게 만들어 보자. 면 삶는.. 2014. 1. 13.
역시 자연산 얼마 전 자연산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끓여준 동네 고깃집 아저씨가 전화를 했네요. 오늘은 자연산 산 더덕을 캐 놓았답니다. 관련 포스트 산 더덕을 넣고 끊인 더덕 백숙입니다. 닭에서 나는 특유의 잡내가 전혀 없고 국물이 달짝지근하고 구수하고 시원한 게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이 오묘한 맛을 내 짧은 필력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네요. 인삼 백숙, 황기 백숙, 능이 백숙 다 먹어 봤지만, 그 하잖은 것들과는 격이 다르니 비교할 대상이 아닙니다. 더덕 백숙 두 그릇 비우고 찐덕찐덕한 진이 묻어나는 생 더덕을 안주 삼아 독한 소주를 수혈합니다. 한입 베어 먹을 때마다 입안이 아리하고 얼얼해지는 게 시장에 파는 재배 더덕과는 향도 식감도 다르네요. 웬만해서는 소주 잘 안 먹는데 소주가 완전 설탕.. 2013. 11. 5.
송이버섯 요리 송이버섯 Season off 선언을 했는데, 송이를 선물로 보내왔습니다. 굵직한 게 먹음직스럽게 생겼습니다. 내일부터 중간고사라는데 시험 따위는 관심도 없는... 그리하여 이틀을 지 마음껏 놀다가 다시 기숙사로 돌아가야 하는 아들을 위해 굽고 지지고 볶고 했습니다. 두툼하게 썬 봉화한약우 등심을 Medium rare 등급으로 굽고 송이와 양파, 당근은 살짝 볶아 보기 좋게 담았습니다. 생 송이를 얇게 썰어 깔았더니 향이 은근하군요. 역시 송이는 생으로 들기름 소금장에 찍어 먹어야... 야들야들하고 꼬들꼬들 한 식감이 송이 향과 절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잽싸게 한 접시 다 먹고 한 판 더 굽습니다. 요 며칠 송이와 쇠고기를 질리도록 먹네요. 아들이 하는 말 "아빠 난 다른 버섯은 못 먹는 데 송이버섯은 정.. 2013. 9. 29.
장마철 날구지 퇴근 무렵 아침부터 내린다는 장맛비가 이제야 부슬부슬 내리는군요. 할일 없는 백수 발 병난다고 했던가요? 바쁠 것 없는 요즘 괜히 몸도 마음도 바쁘네요. 시간이 지날수록 빗줄기가 점점 더 거세집니다. 이런 날 그냥 넘어가면 죄짓는 기분입니다. 급히 냉장고를 뒤져 날구지 준비를 합니다, 사전적 의미로 날구지가 -비가 오거나 흐린 날씨에 '쓸데 없는 짓'이나 '괜한 일'을 하는 것- 이라고 하네요. 비가 오니 괜히 쓸데 없는 짓을 해 봅니다. 전 부칠 야채를 준비하고 햇감자를 강판에 갑니다. 감자를 강판에 갈아야 씹는 느낌이 있어 더 맛있습니다. 밀가리를 조금 추가합니다. 고수는 100% 밀가리로 전을 부치지 반죽에 계란을 넣거나 부침가루 따위로 전을 부치는 짓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약한 불에 노릇하게 지.. 2013. 7. 2.
매실액과 매실장아찌 집사람이 매실을 얻어 왔네요. 기특하게 이런 건 잘 얻어 오는군요. 매년 어머니께서 만든 매실액을 가져다 먹었는데 올해는 직접 담가 어머님도 드리고 이웃과 나눠 먹어야겠습니다. 매실이란 게 동네 우물가에 주렁주렁 열린 앵두처럼 흔한 과실인 줄 알았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꽤 비싸게 팔리네요. 더러 적은 것도 섞여 있지만 대체로 굵기가 양호합니다. 매실액만 담기에는 양이 너무 많아 일부는 장아찌를 만들려고 씻어 말립니다. 피 떨고 나면 대충 6.5kg쯤 되겠네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습니다. 매실액을 어떻게 담그는지 몰라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먼저 꼭지를 따라고 합니다. 꼭지가 남아 있으면 탁해지고 떫은 맛이 난다네요. 요렇게 꼭지가 긴 건 손톱으로 툭 치면 떨어져 나가는데 요런 놈은 답이 없네요. 다시 .. 2013.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