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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리 무섬마을 불과 얼마 전에 찍은 사진도 정리를 하려고 다시 보면 빛바랜 기억처럼 희미하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아무 의미가 없었지만, 너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꽃이 된 것처럼 사진이란 게 그냥 보관하면 아무 의미가 없더라. 봄기운이 완연한 어느 날 어머니 생신이라 오랜만에 가족이 다 모였다. 올해는 조용한 수도리 무섬마을을 돌아보고 이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봉화군 물야면 선달산 자락에서 시작된 내성천과 소백산 국망봉 아래 돼지바위에서 흘러내린 서천이 만나 마을을 휘돌아 간다고 해서 수도리... 마을이 마치 물에 떠 있는 섬 같다고 해서 무섬마을... 등산을 다니다 보면 우리나라 고유 지명이 참 정겹다는 걸 느낀다. 고향치, 마당치, 늦은목이, 늦맥이, 장터목, 여우골, 곰넘이재 등등... .. 2013. 4. 15.
창녕 화왕산 토요일 아침 차로 두 시간을 달려 창녕 화왕산을 찾았다. 기왕 먼 걸음 한 김에 화왕산 전체를 돌아보고자, 비들재를 출발 화왕산을 오른 후 청간재, 관룡산, 관룡사를 지나 옥천리로 하산하는 가장 긴 코스를 선택했다. 옥천리에서 비들재까지는 콜택시를 이용하기로 하고, 미리 전화번호까지 알아놨다. 창녕 공설운동장에서 비들재 오르는 길은 네이버와 다음 위성지도를 참고하여 승용차가 충분히 오를 수 있다는 걸 확인(???)했으나, 확신할 수 없어 금요일 오후 6시 2분에 창녕군청에 몇 번이나 전화(055-533-1561)를 해도 칼 퇴근했는지 받지 않았다. 창녕 공설운동장을 지나 버들재를 오르는데... 이런 공사 중이니 돌아가란다. "미안합니다. 오늘은 갈 때까지 가봐야겠네요." 얼마나 좁고 험한지 4WD 아니면.. 2013. 4. 14.
가족여행 영덕 고래불 해수욕장 올 2월 사촌 여동생네와 다녀온 무주·담양 여행이 너무 좋아 이번엔 영덕 고래불 해수욕장을 찾았다. 구라청에서 오늘 밤, 바람이 씨게 불고 비도 많이 온다는 데 날씨 때문에 모처럼 즐거운 여행을 망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영덕 고래불 해수욕장은 안동을 거쳐 갈 수도 있지만, 오랜만에 구주령을 넘어 보고 싶어서 삥 돌았다. 영양 수비면에 들어서니 가로등이 재미있다. 영양과 울진을 잇는 험난한 구주령 구주령에서 백암온천 내려가는 고바이가 씨다. 이 길은 운전하는 사람도 멀미를 한다는... 백암온천... 한 때 루어낚시에 빠져 이 근처 꺽지 잡으러 무진장 왔었다. 여긴 민물장어가 흔했고 올 때마다 손바닥만 한 꺽지를 오륙십여 마리나 잡았지만, 2003년 태풍 루사가 휩쓸고 지나간 후 수해복구를 한답시고 하천.. 2013. 4. 7.
금오산 현월봉 - 칼다봉 1월 19일 금오산을 오른 후 또 금오산을 찾았다. 오늘 다녀올 코스는 금오산 도립공원 주차장을 출발 금오산 주봉인 현월봉을 오른 다음, 성안 대피소와 칼다봉을 지나 금오산 관광호텔 쪽으로 하산하는 제법 긴 코스 아침 7시 30분 영주를 출발 9시 10분 금오산 도립공원 주차장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구미 선수와 금오산 현월봉으로 출발...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한 다른 선수들이 보이지 않아 연락을 하니 기다리다 미리 출발했단다. 금오산성을 지나 순식간에 대혜폭포에 올랐다. 대혜폭포는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가 금오산을 울리다 해서 명금폭포라고도 하고, 폭포 아래 깊은 소는 선녀가 내려와 멱을 감는다고 해서 욕담 또는 선녀탕이라고 한다. 요즘 자전거만 타다가 오랜만에 산을 올라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으.. 2013. 3. 31.
박봉산 봄 풍경 토요일 점심을 먹고 어머니생신 때문에 내려온 막냇동생을 앞세우고 어젯밤 먹은 술도 깰 겸, 운동 겸, 산책 겸, 겸사겸사 집 근처 박봉산을 올랐다. 박봉산은 영주시 이산면에 남북으로 길게 있으며, 영주에서 봉화군 상운면으로 가다 용상삼거리를 지나면 등산로를 알리는 자그마한 표지판이 서 있다. 표지판이 작아 길 찾기가 싶지 않다. 나도 몇 번이나 지나치곤 했는데, 용상삼거리 지나 독으로 장식한 마당 너른 집 오른쪽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농로가 있다. 박봉산 등산로는 왕복 3.6km 남짓 짧고 가벼운 코스기 때문에 오전에는 순흥 선비촌과 소수서원을 둘러보고 오후에 박봉산을 오른 다음 근처에 있는 괴헌고택, 덕산고택, 수도리 무섬마을을 돌아보면 딱 하루 코스가 된다. 좁은 농로를 10여 분 달려 농사일로 분.. 2013. 3. 24.
결혼기념일 조촐한 저녁 세월이 쏘아 놓은 화살 같다. 남녀가 손만 잡고 자도 아이가 생기는 줄 알았던 스물일곱 철부지 동갑이 결혼 한 지 벌써 열아홉 해가 됐다. 때로는 살얼음판을 걷듯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었고, 때로는 외나무다리 위를 건너듯 위태로웠던 위기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슬기롭게 극복하며 알토란 같은 자식 하나를 낳아 지지고 볶으며 오손도손 열아홉 해를 살아왔다. 남들은 결혼기념일에 근사한 곳에서 외식하고 값비싼 선물을 주고 받지만, 우리 부부는 사 먹는 음식별로 안 좋아 하고 건강하게 곁에 있어 주는 게 세상에서 가장 값진 선물이라 여긴다. 여보 맞지? 나가서 먹고 싶어도 집사람 퇴근이 늦어 이 시간에 어디 가서 뭘 사 먹을 때도 없다. 선물은 아이가 그동안 모은 용돈 20만 원을 내놓으며, 둘이서 10만 원씩 .. 2013. 3. 19.
죽령을 오르다. 글이란 게 술 한잔하면 술술 잘 써진다.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이라는 시로 유명한 시인 박인환은 지독한 술꾼이었다. 1956년 3월 10일 명동 모퉁이 「경상도 집」에 모인 문인들이 가수 나애심에게 노래를 청하자 부를 노래가 없다고 하니, 얼큰하게 취한 박인환이 시를 쓰고 이진섭이 단숨에 악보를 그려갔다. 나애심이 그 악보를 보고 노래를 불렀는데, 그 시가 바로 「세월이 가면」이다. 박인환은 스물일곱 나이에 요절한 이상을 추모하며 사흘간 폭음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자정 무렵 "나에게 생명수를 달라" 부르짖으며 눈을 감는다. 그의 나이 겨우 30세, "세월이 가면"을 쓴지 일주일 후... 그러고 보면 인간에게 주어진 모든 것은 한정돼 있는 것 같다. 그게 음식이든 술이든... 음식도 지나치게 많.. 2013. 3. 17.
자전거를 타다 일요일...나이가 드니 아침잠이 없다.곤히 자는 사람 깨워 아침밥 달라고 했다가는 싸움 난다.대충 아침 챙겨 먹고 밀린 숙제해 놓고 자전거를 끌고 집을 나섰다. 블로그 본문 넓이가 좁아 사진이 코딱지만 하게 보이길래 며칠 전부터 조금씩 손을 봐서 본문 넓이를 넓히고 글씨도 조금 키웠더니 시원스럽다. 날씨 참 좋다. 이런 날 집에서 뒹굴면 벌받는다. 우리나라는 토목 공화국 삽질 공화국 부석가는 길에서 선비촌 방향으로... 봄을 준비하는 들녘은 평온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달려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온갖 거름냄새, 축사에서 나는 소·돼지 X 냄새가 진동을 한다. 어떤 냄새를 상상하던 그 이상이다. 요기서 순흥 선비촌 방향으로... 부도가 나 흉물스럽게 방치된 판타시온 리조트. 애초 여기에 리조트를 짓겠다고.. 2013. 3. 10.
2박 3일 가족여행 - 담양 담양 가 봤자 죄다 가성비 별로인 떡갈비에 대통 밥 뿐이라 상다리 부러질 정도로 한 상 가득히 나오는 남도 한정식을 먹으러 순창에 들렀다. 약은 약사에게 맛집은 동네 주민에게... 영주만 해도 동네 빵집 다 없어졌는데, 여긴 아직 빵집 남아 있다. 톰아저씨 빵집이라 이름 정겹다. 학교급식, 단체주문 환영 ㅋㅋ 간판이 재미있는 순창 우리도 오늘 밤 잠 못 이룰 듯 신발 보소 연탄불에 소고기도 굽고 이건 굴비인가? 연탄불에 고기를 구우면 특유의 연탄 향이 배 더 맛있는 듯 보리차 한잔하고 멍하게 앉아 기다리면 상째 날라준다. 잔뜩 기대했는데, 연탄불에 구운 소고기는 달고 짜고... 된장국인지 된장찌갠지 멀건 게 니 맛 내 맛도 없다. 살짝 맛이 간 듯 별로 싱싱하지 않았던 굴비 역시 달고 짰던 연탄불에 구운.. 2013. 3. 4.
2박 3일 가족여행 - 무주 리조트 삼일절 연휴, 짧은 봄방학을 마치고 다시 기숙사에 들어가 빡센 단체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아이가 안쓰러워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추억에 남을 여행하기로 했다. 여행지는 무주 리조트와 대나무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로 유명한 전남 담양, 같이 여행할 가족은 사촌 여동생 식구 셋... 왕복 700km 넘는 거리를 차 두 대로 움직이기 뭐 해서 차를 빌렸다. 시끄럽고 더딘 디젤차 몰다가 LPG 차 몰아보니 완전 신세계다. 디젤차는 좀 달리고 싶으면 말 다루듯 거칠게 다뤄야 하는데, 이건 말 잘 듣는 새색시같이 조용하고 부드럽다. 집 나서면 개고생이라는 데 두 녀자 신 났다. 자~ 출발합니다. 신나게 놀아 봅시다. 이놈은 집에서는 눈만 뜨면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차만 타면 쓰러진다. 두 시간 달려 무주 리조트.. 2013. 3. 3.
간만에 외식 집사람은 출퇴근 거리가 멀어 대부분 숙소에서 자고 아이는 봄 방학이지만 기숙사 생활을 하는지라 우리 세 식구는 주말에나 겨우 얼굴을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같이 마주 앉아 밥 먹을 시간이 별로 없다. 그래도 휴일은 집사람이 아침 일찍 일어나 따뜻한 밥을 해 주는데, 회사 워크숍이라 밤을 꼬박 새웠다며 오후 3시 즈음 와서는 피곤하다며 낮잠을 밤잠보다 더 달게 잔다. 곤히 자는 사람 깨워 밥 달라면 십중팔구 싸움 난다. 그래서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외식하기로 하고 찾은 곳, 저렴한 가격에 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1인분에 10,900원 고깃집이라기보다는 레스토랑 분위기다. 자리가 없을 만큼 손님이 많았지만 시끄럽지 않고 조용하다. 고기 굽는 냄새나 연기도 없고... 눈치 안 보고 가져다 궈 .. 2013. 2. 25.
오삼불고기 요즘 TV를 보면 이 나라가 먹는데 미치지 않았나 할 정도로 온통 맛집 소개뿐이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맛집을 소개 하다 보니 맛없는 집도 맛집이 되고,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행정 처분을 받은 식당도 맛집으로 둔갑한다. 게다가 TV 방송을 미끼로 뒷돈까지 오간다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인터넷도 예외가 아니다. 카페, 커뮤니티 사이트 등 모든 곳에서 맛집을 소개한다. 특히 블로그는 도가 지나칠 정도로 맛집을 알리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그들은 음식 맛으로 원산지와 조미료 사용 여부, 유통기간까지 단번에 알아내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으며, 전문가 수준으로 사진을 찍고 갖은 미사여구로 맛집을 소개한다. 요즘 젊은이는 스마트폰으로 맛집을 검색하고 블로그를 통해 맛집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는다. 즉 블로그에 많이.. 2013. 2. 21.